가을밤

나는 일하는 소를, 일하다가

발톱이 찢겨진 소를 사랑한다

송아지를 핥을 때마다 혀의

힘에 못 이겨 비틀거리던

송아지를 나는 사랑한다

어둠 속에서 툭툭 땅을 차고

일어서서 센 혓바닥으로

나락을 실어 나르느라 발톱이

찢겨진 소, 거친 풀, 센 여물에도

좋아라 다가서던

이미 마굿간에 든 소와 마당귀에

서 있는 염소를 또 나는 사랑한다

내가 까아만 어둠 속으로

잠기어 가던 가을 저녁을 사랑한다

그 땐 머리 위에 일찍 뜬 별이

돋고 먼 산 오리나무 숲속에선

비둘기가 구구구 울었다

토끼보다 더 사랑스러운

그 야들야들한 목화송이를 만지며

만지며

저것이 세상에서

제일 따뜻한 것임을 생각하고, 저것이

세상에서 제일 보드랍고

이쁜 것임을 생각하고

목화밭에 가서, 참다참다

끝내 참을 수 없어 터뜨린

울음 같은 목화송이를 바라보며

나는 가을밤 으스름의

목화밭을 사랑한다